※ 방문자 1000명 기념 소설-꽁트
<1000>
과거에는 밤하늘에 은하수가 있었다고 했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검은 하늘을 메우는 빛의 강. 그것은 어린아이가 새카만 크레파스로 빈틈없이 칠한 도화지에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 만든 것처럼 무지개보다 더 형용할 수 없는 색까지 품고 있다. 게다가 강을 이루는 별이란 거울 조각마냥 빛을 반사해 하늘을 모두 메운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눈부심이 머리 위를 흘렀다. 나는 양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기도가 탁 트이는 느낌으로 하품까지 길게 했다.
머리를 치켜든 상태로 살며시 두 눈을 뜬다. 은하수는 사라진다. 가장 먼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뒤룩뒤룩 살찐 돼지 같은 매연이 하늘을 채우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강과 같이 흐르지도, 별처럼 빛나지도 않는다. 그저 제자리에서 마치 구름인양 오후의 석양빛을 받아 붉게 물들어 갔다. 꾸역꾸역 살집을 불려 나가면서 말이다.
이곳은 공업 단지 옆에 조성된 베드타운(Bed-Town)이다. 목에 수건을 걸치고 한 손에는 안전모를 든 남정네들이 축 쳐진 어깨로 대로를 어지럽혔다. 땀 냄새가 가득한 길에 걸치다만 옷을 입은 여인네들은 그들을 유혹해 술집에 데려가거나 또는 여관으로 유인했다. 제법 많은 남성들이 그녀들을 따랐으며 길은 곧 한적해졌다. 아직 길거리에 남은 남자들은 아무데나 널브러진다. 간혹 시비가 붙어 대판 벌어지는 싸움질에 오늘 번 돈으로 내기를 할 뿐이다.
나는 후미진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노을빛조차 닿지 않는 골목길에 접어들어 고개를 쳐든다. 한 번도 켜진 적 없는 간판이 바람에 떨어질듯 흔들렸다. 그 아래 검은색 문을 열었다. 철로 되어 만들어졌는데 있는 힘껏 힘을 줘야 열렸다. 게다가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잔뜩 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문이지만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다.
바텐더는 유리잔을 닦으며 내게 인사했다.
“이제 조금쯤 익숙해져야 하지 않나. 표정이 또 오만상인데.”
나는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가게 안을 두리번거린다. 바의 가장 끄트머리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그는 내 친구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그의 옆자리에 내려둔 안전모를 치워줬다. 마주한 그의 얼굴에 까칠한 수염이 돋보였다. 머리에는 군데군데 새치도 있다. 태우던 담배를 메마른 입술에 붙인 채 그가 말했다.
“여전하군.”
인사치레 비슷한 말이었다. 나 역시 같은 말을 그에게 해주었다.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칵테일을 시켰다. 바텐더는 내가 주문한 칵테일을 이미 흔드는 중이다.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이 담배는 매우 얇지만 기다랗다. 간혹 길기 때문에 오래 태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녀석들이 있지만 착각이다. 그만큼 얇기 때문에 타들어오는 속도는 오히려 빨랐다. 내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친구가 다시 입술을 떼었다.
“여전히 비어있나?”
난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천 개쯤.”
“천 개라고, 세어보기라도 했나?”
친구는 되물었다. 그때 바텐더가 내 앞에 칵테일을 내려놓았다. 나는 담배 한 모금, 칵테일 한 모금을 냉큼 마셨다. 담배 연기와 알코올의 화끈함이 폭발하듯 타올랐다. 온몸을 구석구석 태워 뜨거움으로 채워버릴 듯했다. 하지만 열기는 순식간에 꺼져버렸고, 매캐한 여운만이 남았다. 마치 공장 굴뚝처럼 연기를 내뿜으며 나는 혼잣말로 읊조렸다.
“천이니까.”
천(天)이니까.
친구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바텐더에게 칵테일 한 잔을 더 시키며 그는 호탕하게 말한다.
“아무튼 그런 걸로는 채워지지 않잖아.”
그는 때 묻은 굵직한 손가락으로 내 담배와 칵테일을 가리켰다. 나는 입술을 잔뜩 비죽였다. 나도 손가락으로 바텐더가 새로 가져나오는 친구의 칵테일과 여전히 타들어가는 그의 담배를 번갈아 가리켜 보였다.
“모두 마찬가지잖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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